심층 칼럼 · #26 / 50 · 온체인 금융(DeFi) · 스테이블코인 · RWA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수백억 원을 빌려주는 법: Aave · Morpho 온체인 대출과 청산의 원리
신용점수 대신 초과 담보와 자동 청산 프로그램이 지키는 무사고 은행 시스템
현실의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신분증, 재직증명서, 신용점수가 필요하고 심사에도 며칠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더리움 시티의 금융 상점인 Aave(아베)나 Morpho(모포)에서는 이름도 국적도 밝히지 않은 지갑 주소가 단 12초 만에 수백만 달러를 빌려 갑니다. 지난 수년간 시장이 반토막 나는 폭락장 속에서도 이 온체인 은행들이 멈추지 않고 돌아간 비결을 살펴봅니다.
1. 왜 이미 돈이 있는 사람이 초과 담보를 맡기고 돈을 빌릴까
온체인 대출의 기본 원칙은 초과 담보(Overcollateralization)입니다. 100만 원어치의 ETH를 맡기면 그보다 적은 75만~80만 원어치의 달러(USDC)만 빌려줍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미 100만 원이 있는데 왜 굳이 수수료를 내며 75만 원을 빌릴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내가 가진 ETH의 장기 상승 가능성은 그대로 보유(팔지 않음)하면서도 당장 쓸 현금(스테이블코인)을 마련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빌린 달러로 다시 ETH를 사거나 수익률이 높은 다른 상품에 넣어 차익을 얻는 레버리지 전략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2. 사용률 곡선(Utilization Rate)이 실시간으로 결정하는 예금·대출 금리
온체인 대출 금고에는 중앙은행 총재나 금리 결정 위원회가 없습니다. 대신 금고에 쌓인 전체 자금 중 지금 몇 퍼센트가 대출되어 나갔는지를 나타내는 사용률(Utilization Rate)에 따라 수학 공식이 매 블록마다 금리를 자동 조절합니다.
빌려 가는 사람이 적어 금고에 돈이 남아돌면 대출 금리를 연 2~3%로 낮춰 대출을 유도하고, 반대로 대출 수요가 몰려 금고의 90% 이상이 빠져나가면 예금자가 돈을 못 찾는 일이 없도록 대출 금리를 연 20~50%로 급격히 올려 빠른 상환과 신규 예금을 유도합니다.
3. 건강도(Health Factor)와 자동 청산(Liquidation): 부실 채권을 막는 방파제
만약 ETH 가격이 급락해 내가 맡긴 담보 가치가 빌린 돈과 비슷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대출 프로토콜은 담보 가치를 대출금으로 나눈 건강도(Health Factor)가 기준선(1.0)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누구든 그 대출금의 일부를 대신 갚아 주고 담보물(ETH)을 시세보다 5%가량 싸게 가져갈 수 있는 청산(Liquidation) 문을 엽니다.
전 세계의 자동 프로그램(청산 봇)들이 24시간 내내 이 건강도를 감시하고 있다가,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는 즉시 수 초 안에 부실 담보를 정리해 버립니다. 덕분에 온체인 대출 프로토콜은 은행 직원 한 명 없이도 예금자의 원금을 안전하게 지킵니다.
4. 거대 통합 금고(Aave)에서 맞춤형 모듈 금고(Morpho)로의 진화
Aave가 여러 자산을 한 바구니에 모아 관리하는 종합 은행이라면, 최근 급성장한 Morpho는 담보 하나와 대출 자산 하나만을 1:1로 짝지은 독립된 작은 금고들을 누구나 만들고 전문 운용사(큐레이터)가 조합해 주는 모듈형 구조를 채택해 위험 격리와 자본 효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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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도시를 읽는 데 도움을 주려고 쓴 해설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이 글의 사실은 2026년 10월 기준이며 바뀔 수 있습니다. 틀린 곳을 보시면 문의로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