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칼럼 · #5 / 50 · L2 롤업 · 체인 연합 · 상호운용성
시퀀서(Sequencer)의 역할과 ‘베이스드 롤업(Based Rollup)’ Taiko의 실험
누가 L2의 거래 순서를 정하는가: 속도·수익·검열 저항성을 둘러싼 설계 경쟁
우리가 L2 구역에서 지갑으로 송금 버튼을 누르면 1초도 안 되어 ‘완료’ 창이 뜹니다. 이더리움 도심(L1) 블록은 12초마다 만들어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 비밀은 각 L2 구역의 교통경찰 역할을 하는 ‘시퀀서(Sequencer)’에 있으며, 동시에 현재 L2 생태계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도 바로 이 시퀀서에 모여 있습니다.
1. 시퀀서란 무엇인가: 거래 줄 세우기와 즉시 접수증 발급
시퀀서는 L2로 들어오는 수많은 거래를 받아 순서를 정하고, 블록으로 묶어 실행한 뒤 사용자에게 ‘당신의 거래가 몇 번 순서로 접수되었습니다’라는 빠른 확인(Soft Confirmation)을 돌려주는 서버입니다. 그 뒤 일정 시간마다 거래 묶음을 압축해 이더리움 도심(L1)에 제출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 L2(Base, Arbitrum, OP Mainnet 등)는 속도와 효율을 위해 재단이나 개발사가 운영하는 ‘단일 시퀀서’를 쓰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순서를 정하니 합의를 거칠 필요가 없어 0.25초~1초(MegaETH의 경우 10밀리초)마다 블록을 찍어낼 수 있고, 사용자가 낸 수수료와 L1에 낸 블롭 비용의 차액을 운영 수익으로 거둘 수 있습니다.
2. 단일 시퀀서의 그림자: 장애 위험과 거래 순서 조작(MEV) 우려
하지만 시퀀서가 한 곳뿐이라면 두 가지 약점이 생깁니다. 첫째는 시퀀서 서버가 일시적으로 멈추면 그 구역의 일상 거래가 잠시 중단된다는 점입니다(물론 L1 탈출구를 통해 자산을 뺄 수는 있어 돈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둘째는 시퀀서가 마음만 먹으면 특정 거래를 뒤로 미루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를 앞에 끼워 넣는 이익(MEV)을 독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L2들은 시퀀서를 여러 대 두어 돌려가며 맡는 ‘분산 시퀀서’를 도입하거나, Unichain처럼 신뢰 실행 환경(TEE) 안에서 공정한 규칙에 따라 블록을 조립했음을 증명하는 ‘검증 가능한 블록 빌딩’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3. 베이스드 롤업(Based Rollup): 아예 이더리움 도심 검증자에게 순서 결정을 맡기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급진적인 해법이 바로 이더리움 연구자 저스틴 드레이크가 제안하고 Taiko 구역이 2024년 5월 메인넷으로 구현한 ‘베이스드 롤업(Based Rollup)’입니다. 베이스드 롤업은 자체 시퀀서를 아예 두지 않습니다. 대신 이더리움 L1의 블록을 만드는 검증자(Proposer)가 L1 블록을 만들 때 Taiko 구역의 블록까지 함께 순서를 정해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Taiko의 거래 순서 결정은 이더리움 메인넷과 똑같은 수준의 탈중앙화와 검열 저항성을 즉시 얻게 됩니다. 별도의 시퀀서 서버가 고장 나 멈출 염려도 없고, L1과 L2 사이의 자산을 한 블록 안에서 동시에 다루는 ‘동기적 조합성(Synchronous Composability)’의 길도 열립니다.
4. 속도와 탈중앙화 사이의 스펙트럼을 읽는 눈
물론 베이스드 롤업도 대가가 있습니다. L1 블록 간격(12초)에 맞춰 움직이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검증자가 미리 약속을 해 주는 ‘사전 확정(Preconfirmation)’ 기술이 함께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쪽 끝에는 10밀리초의 극한 속도를 택한 MegaETH가 있고, 반대편 끝에는 이더리움 L1과의 완전한 일체화를 택한 Taiko가 있는 셈입니다.
이더리움 시티는 어느 한 방식만을 정답으로 치켜세우지 않고, 각 구역이 속도와 분산화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나란히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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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용어 풀이
이 칼럼은 도시를 읽는 데 도움을 주려고 쓴 해설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이 글의 사실은 2026년 10월 기준이며 바뀔 수 있습니다. 틀린 곳을 보시면 문의로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