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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칼럼 · #1 / 50 · 도시 구조 · 합의 · 업그레이드

이더리움은 왜 모든 거래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롤업 중심 로드맵’을 택했는가

단일 체인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도심(L1)과 위성 구역(L2)이 역할을 나눈 건축적 이유

초기 블록체인 설계자들은 하나의 거대한 메인넷이 전 세계의 모든 결제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직접 처리하는 모습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탈중앙화·보안·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한 층에서 동시에 달성하려 하면 결국 노드를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소수 데이터센터로 줄어드는 딜레마에 부딪힙니다. 이더리움이 2020년 비탈릭 부테린의 제안을 기점으로 ‘롤업 중심 로드맵(Rollup-Centric Roadmap)’으로 방향을 튼 이유를 도시 설계의 관점에서 해부합니다.

1. 블록체인의 삼중 딜레마와 일반 가정용 노드의 수호

블록체인이 초당 수만 건의 거래를 단일 체인에서 직접 실행하려면 블록 크기를 키우고 블록 생성 간격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든 장부의 크기가 일 년에 수십 테라바이트씩 불어나고, 실시간 검증에 서버급 하드웨어와 전용 회선이 필요해진다는 점입니다. 결국 전 세계의 평범한 시민이 자기 컴퓨터로 장부를 직접 대조해 보는 권리를 잃고 소수의 거대 기관만 검증자가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더리움의 핵심 철학은 ‘누구나 집에서 소비자용 컴퓨터와 SSD 하나로 전체 블록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열 저항성과 중립성은 바로 이 낮은 진입 장벽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더리움 도심(L1)은 무리하게 차선을 넓혀 모든 차를 다 받기보다, 누구도 위조할 수 없는 최종 등기소이자 대법원의 역할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 실행(Execution)의 외주화와 정산·데이터 가용성의 집중

롤업 중심 로드맵의 핵심 아이디어는 블록체인이 하는 일을 크게 세 가지—거래를 순서대로 실행하는 일(Execution), 거래 기록 원본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남기는 일(Data Availability), 그리고 결과 상태가 올바른지 최종 확정하는 일(Settlement & Consensus)—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계산량이 많은 ‘실행’은 도심 밖의 L2 구역들이 맡고, 도심은 L2가 압축해 올린 기록과 증명만 받아 보관합니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사용자는 L2 구역에서 1초 미만의 빠른 응답과 1원 미만의 저렴한 수수료를 누리면서도, 만일 L2 운영자가 사라지거나 악의를 품더라도 도심(L1)에 남아 있는 원본 데이터를 근거로 내 자산을 안전하게 되찾을 수 있습니다. 속도 경쟁은 구역들이 자유롭게 펼치고, 안전판은 도심이 책임지는 분업 구조입니다.

3. 샤딩(Sharding) 구상의 진화: 실행 샤딩에서 데이터 샤딩(Danksharding)으로

원래 이더리움 2.0 초기 구상에서는 메인넷 자체를 64개의 실행 샤드로 쪼개어 각 샤드가 거래를 나눠 처리하는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옵티미스틱 롤업과 ZK 롤업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숙했고, 굳이 프로토콜 내부에서 복잡한 실행 샤딩을 구현하는 것보다 롤업들에게 ‘값싸고 넓은 데이터 게시판’을 제공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24년 3월 덴쿤(Dencun) 업그레이드로 도입된 EIP-4844 블롭(Blob)과 향후 완전한 댕크샤딩(Danksharding)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확장 노선입니다. 이더리움 도심이 직접 수천 개의 상점을 운영하는 대신, 수십 개의 L2 신도시가 영수증 묶음을 값싸게 부칠 수 있는 고속 화물 터미널을 지어 준 셈입니다.

4. 이더리움 시티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분업의 풍경

이더리움 시티의 3D 화면을 열어 보면 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도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더리움 도심은 초당 거래 수(TPS)가 15~25건 안팎으로 차분하게 흐르지만, 높은 시가총액과 막대한 예치 자산을 바탕으로 도시에서 가장 거대한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 Base, Arbitrum, OP Mainnet 같은 주변 L2 구역들의 순환도로에는 수많은 차량이 쉴 새 없이 달립니다.

도심과 각 구역을 잇는 다리 위로 금빛 광선과 주황색 블롭 트럭이 오가는 모습은, L2에서 일어난 수많은 거래가 압축되어 도심의 블록에 최종 기록되는 순간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하나의 도시가 중심부의 신뢰와 외곽의 활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모형입니다.

관련 구역 안내

관련 용어 풀이

이 칼럼은 도시를 읽는 데 도움을 주려고 쓴 해설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이 글의 사실은 2026년 10월 기준이며 바뀔 수 있습니다. 틀린 곳을 보시면 문의로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