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칼럼 · #2 / 50 · 도시 구조 · 합의 · 업그레이드
블롭(Blob, EIP-4844) 완전 해부: L2 수수료를 10분의 1로 낮춘 임시 데이터 컨테이너
영구 보관하던 콜데이터(Calldata)에서 18일 뒤 자동 소멸하는 블롭 공간으로의 전환
2024년 3월 덴쿤(Dencun) 업그레이드 이전까지 L2 롤업에서 토큰을 한 번 바꾸려면 0.5달러에서 많게는 수 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업그레이드 직후 같은 거래의 수수료가 1센트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 핵심 기술이 바로 이더리움 블록 옆에 매달리는 대형 화물칸, ‘블롭(Blob)’입니다.
1. 왜 예전의 L2 수수료는 비쌌을까: 콜데이터(Calldata)의 영구 보관 비용
롤업이 이더리움의 보안을 빌리려면, L2에서 일어난 거래 내역을 압축해 이더리움 L1 블록에 제출해야 합니다. 덴쿤 업그레이드 전에는 이 데이터를 일반 거래의 메모 칸에 해당하는 ‘콜데이터(Calldata)’에 적어 넣었습니다. 문제는 콜데이터에 적힌 내용은 이더리움의 모든 풀 노드가 영원히 하드디스크에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만 년 뒤까지 전 세계 모든 노드가 보관해야 하는 공간에 L2의 일시적인 거래 압축본을 적어 넣으니,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그만큼 비싼 가스비를 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L2 사용자가 내는 수수료의 80~90%는 L2 컴퓨터를 돌리는 비용이 아니라 L1에 콜데이터를 적는 자리값이었습니다.
2. 18일(4,096 에포크)만 보관하면 충분하다는 발상의 전환
롤업이 L1에 거래 원본 데이터를 올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옵티미스틱 롤업의 경우 약 7일의 이의 제기 기간 동안 누구나 거래 내역을 다시 계산해 보고 사기 증명을 제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고, ZK 롤업의 경우 영지식 증명을 만들 때 쓰인 입력값이 실제로 공개되었음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입니다.
즉, 검증이 끝난 뒤에는 그 무거운 원본 압축 파일을 모든 이더리움 노드가 영구히 들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약 18일(4,096 에포크) 동안만 네트워크 전체가 열람할 수 있게 보장하면 보안 목적은 100% 달성됩니다. 이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128KB 크기의 임시 데이터 덩어리가 바로 블롭(Blob, Binary Large Object)입니다.
3. 일반 가스와 분리된 독립 요금 시장(Multidimensional Fee Market)
EIP-4844가 도입한 또 하나의 정교한 장치는 ‘요금 시장의 분리’입니다. 예전에는 도심(L1)에서 인기 NFT 민팅이 열려 일반 가스비가 치솟으면, 아무 잘못 없는 L2 사용자들의 수수료까지 덩달아 폭등했습니다. 같은 블록 공간을 두고 L1 거래와 L2 데이터 제출이 자리다툼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블롭은 일반 실행 가스(EVM Gas)와 별도로 계산되는 ‘블롭 가스(Blob Gas)’ 시장을 가집니다. 블록마다 목표치보다 블롭이 많이 실리면 블롭 요금만 올라가고, 적게 실리면 1 wei(사실상 0원)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이후 펙트라(Pectra)와 푸사카(Fusaka)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블록당 실을 수 있는 블롭 수가 크게 늘어나 L2의 데이터 고속도로는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4. 이더리움 시티에서 블롭 트럭을 읽는 법
이더리움 시티에서는 각 L2 구역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다리 위로 주황색 ‘블롭 트럭’이 달립니다. 구역 패널을 열었을 때 보이는 ‘관측된 블롭 수’와 날씨·교통 창 상단의 ‘블롭 요금’ 태그가 바로 실시간 메인넷에서 읽어 온 EIP-4844 지표입니다.
블롭 요금이 몇 wei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L2 구역들이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도심에 장부를 정산하고 있다는 뜻이며, 반대로 여러 구역에서 거래가 동시에 폭발해 블롭 정원이 가득 차면 블롭 요금이 gwei 단위로 뛰어오르며 도시 신문의 도로·가스 난에 주요 소식으로 기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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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용어 풀이
이 칼럼은 도시를 읽는 데 도움을 주려고 쓴 해설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이 글의 사실은 2026년 10월 기준이며 바뀔 수 있습니다. 틀린 곳을 보시면 문의로 알려 주세요.